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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였던 마이클 영은 1958년에 ‘The Rise of the Meritocracy(능력주의의 등장)’이라는 책에서 능력주의로 인해 생기는 성공한 자의 오만함과 실패자의 분노에 대해 이미 60여년 전에 예견했다.

능력에 따른 차등적 보상을 주는 능력주의 사회가 불러오는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혹은 이미 현실일 수도 있는 그 부정적인 모습은 어떨까?

살아오면서 성공의 경험을 성취해본 적이 있다면 스스로 돌아보자. 정말 죽을 듯이 노력한 것만으로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어진 것일까? 필자는 수많은 영역에서 성공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에는 무엇보다도 ‘운’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운이 주어지더라도 평소에 준비되지 않으면 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확률론적으로 성공의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능력주의가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를 보면 노동자의 자녀로 태어난 아이들이 상류층의 아이들과 동등한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아주 공정한 수능시험과 그 외에도 수시 제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이 정말 공정한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이때까지 우리가 공정하다고 생각한 착각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가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소위 대한민국의 최상위권 대학인 SKY에 입학한 학생의 55% 이상이 소득분위 9분위 이상인 학생이였으며, 많은 연구에서 부모의 학력이 석사, 박사 이상인 경우 더 높은 명문대에 진학한다고 밝혀져 있다. 이는 학생의 명문대 진학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불공정한 시스템에서도 승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운이 작용해서 운이 좋았던 것은 부정하며 오직 성공이라는 결과에 대해서 ‘내가 열심히 노력을 했고 내가 그만큼 능력이 좋았기 때문에 이러한 성취를 달성한 것이다. 즉, 높은 사회적 위치를 보장받으며 여러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본다. 그리고 자기보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이나 실패자를 보면서 무시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면 반대로 실패자들은 어떨까?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가 노력을 안해서 안되는거지..’, ‘내가 능력이 부족한거야.’라고 하며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수긍하며 흔히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불리는 심리 기제가 발동하며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사회에 분노하게 되면서 반사회적 행동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는 감히 이렇게 주장한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무차별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의 공개된 과거를 살펴보면 능력주의 사회에서 소위 ‘패배자’로 보인다. 물론, 범죄자를 동경하는 것도 아니라 패배자 모두가 범죄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능력주의 사회의 부작용으로써 성공한 이들과 실패한 이들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점점 성공한 자들이 소외된 패배자들을 업신여기는 사회 구조가 된다면 정신 이상자들만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노력해도 나는 패배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분명 그 시스템 자체인 사회에 분노를 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집안이 어렵게 태어나서 어쩔 수 없이 고졸 학력까지만 취득했지만 주위에서 너는 왜 대학 학위도 못받았냐고 무시받으며 수 십년간 사회적 차별을 받다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해보자.

따라서 필자의 생각은 최근에 발생하는 여러 묻지마 흉악 범죄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를 전면 재시행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개인의 실패를 본인에게 온전히 책임을 돌리는 자기 책임의 담론과 연결되는 불합리한 능력주의적 오만을 타파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